추천도서 리뷰 '강요된 청빈'

이미 이중직은 거부할 수 없는 현실이다. 전체 교인은 줄어들지만 목회자는 늘어났다. 지난날의 포화상태는 이제 가소롭다. 점점 늘어나는 교회와 경쟁체제는 현장의 목회자들을 열악한 상황으로 몰아간다.......

새벽길, 추위와 싸우다.

개척 3년을 맞이하는 해에는 유독 힘든 일들이 많이 생겼다. 작은 오해로부터 한두 가정씩 떠나더니, 어느 순간 5~6 가정이 발길을 돌렸다. 결국 40여 명의 식구들이 자립할 수 있는 상황은 한여름밤의 꿈과 같이 사라졌다. 이제 20여 명이 채 안 되는 성도들과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다. 물론 숫자는 중요하지 않다. 그러나 지속 가능한 복음 전파의 사역 앞에서 현실은 크나큰 막연함으로 다가온다.

결국 몇 달간 새벽 배송을 하고 있다. 새벽 2시에 일어나서 캠프로 이동해 배송물품을 싣고 3시부터 배송을 시작한다. 하루하루 주어진 물량에 따라 다르지만 3시간 내외의 시간이 걸린다. 겨울에는 추위와 함께 미끄러운 길과 싸워야 한다. 장갑을 끼긴 하지만 어플에 일일이 사진을 찍고 체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장갑의 끝부분을 잘라서 손끝은 계속 시리다. 새벽 배송이라 블랙아이스가 있는 경우에는 심장이 쫄깃해진다. 실제로 다른 차들의 사고를 목격하면서 10km 이내의 속도로 달리기도 했다.

이미 이중직은 거부할 수 없는 현실이다. 전체 교인은 줄어들지만 목회자는 늘어났다. 지난날의 포화상태는 이제 가소롭다. 점점 늘어나는 교회와 경쟁체제는 현장의 목회자들을 열악한 상황으로 몰아간다. 더욱이 매체와 지역교회들의 부정적인 사건과 시각은 기독교에 대한 불신의 늪은 더욱 깊이 파들어 간다. 저출산이나 저성장과 같은 사회 현상을 굳이 끌어들이지 않는다 할지라도 갈수록 목회가 쉽지 않은 시대에 살고 있다.

아슬아슬한 목회현장 속에서

새벽 배송의 아슬아슬한 순간들을 겪으면서도 그것이 크게 다가오지 않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목회 현장의 아슬아슬함 때문이다. 개척교회를 비롯한 미자립교회의 작은 교회들은 롤러코스터를 타는듯한 아찔함이 목회 현장에 늘 포진되어 있다. 마치 지뢰밭을 지나가는 듯한 한걸음, 한걸음이 목을 타게 하고 침을 마르게 하는 것과 같다. 재정의 부족, 성도의 상황, 전도의 현장, 가정의 어려움, 자녀들에 대한 미안함, 막연한 두려움에 이르는 다양한 현실이 숨을 턱턱 막히게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나마 위로 아닌 위로를 받는 것은 주변에 함께 어려워하는 목회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 사실 자체는 그리 환영할 일이 아니지만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 앞에서 애써 스스로를 위로할 때도 있는 것이다.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는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보면 이 이야기가 저분의 이야기인지 내 이야기인지 구분이 안 간다. 어떤 경우, 나보다 더 힘들고 어려운 분의 통곡 앞에서는 함께 눈물 흘리면서도 한편으로는 내 상황이 아니라 그나마 다행이라는 이상한 논리가 꾸역꾸역 움틀거리기도 한다.

어쩌면 이것은 구조적인 문제라는 생각이 들게 된 것은 그리 이상한 것이 아니다. 한국 교회의 부흥기는 한국 사회의 경제적 성장만큼이나 놀라운 것이었다. 한강의 기적만큼이나 놀라운 것은 100여 년을 지나면서 전 국민의 1/4이 개신교도라는 사실에 취하게 할 만큼 성장한 것이다. 외적 성장으로 인하여 흠뻑 취해있던 이들이 당장 취해야 하는 것은 교세의 확장이다. 책에서 말하고 있듯이 개신교 교단은 374개가 되었고 신학교는 400여 개가 되었다. 이 중에서 인가받은 신학교는 57개이다.(48p) 교육은 백년대계라는 의식을 무참히 짓밟아 깨뜨린 것이다.

현실 속에서 우리의 지점을 보다.

'강요된 청빙'은 목회자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대표적으로 갈 곳이 없는 목회자 수급의 불균형(45p)과 성장이 닫힌 한국 개신교회의 쇠퇴(50p),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의 공교회성이 깨어진 개교회주의(57p)와 비현실적인 목회자 사례 부분(63p)을 다루고 있다. 이런 상황들에 전적으로 공감하는 것은 목회 현장에서 내가 직접 겪은 것들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불편할 수도 있고 애써 피하고 싶기도 하겠지만 우리가 직면하게 된 현실이니 피할 수만은 없다.

[목회자 수급 불균형] 실제로 고등학교 선배가 장로교단 중 가장 큰 교단이라고 하는 곳에서 청빙을 얻는 과정에 겪은 이런저런 어려움을 토로하신 적이 있다. 서류심사를 통과하고 면접심사를 가게 되면 몇 안 되는 후보자들이 동기와 선배와 후배들이라는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40대 중후반의 나이에 보통 개척이나 청빙, 또는 기관이나 선교지의 사역 방향을 결정해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면접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는 심한 갈등이 마음을 흔들었다고 한다. 자신이 붙으면 다른 동기나 선후배가 떨어지게 되는 것이고 그렇다고 자신이 떨어지면 사역이 어려워지기 때문인 것이다.

[한국 개신교회 쇠퇴] 전체 교계의 성장률이 떨어졌다는 소식은 심심치 않게 들린다. 나 같은 경우에는 직접 전도의 현장으로 나갔을 때, 목회자와 교인들에 대한 불신의 소리를 많이 듣는다. 몇 번의 만남을 통해 조금 가까워지면 더욱 구체적으로 나타난다. 언론을 통해 나타난 교회의 민낯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사업을 하는 이는 교회 장로의 부정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친척과 이웃의 교회 다니는 사람들의 행태를 쏟아놓기도 한다. 그래서 이제는 들어주는 것이 전도하는 것이라는 결단으로 나가고 있다. 한마디로 전도하기가 쉽지 않다.

[공교회성 깨진 개교회주의] 개척 초기 주변 교회들과의 연합을 위해 타진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미 교회 하나가 새로 들어오는 것에 대한 견제가 팽배했고 각자 알아서 하면 된다는 관점을 벗어나기란 쉽지 않아 보였다. 큰 교회들은 뭔가 필요한 것이 있어서 오는 것으로 오해했고 작은 교회들은 발등의 불을 꺼야 하는 급박한 현실에 여유를 갖기 힘들어 보였다. 이런저런 이유로 각 교회는 각개전투로 사역을 감당하는 분위기다. 오히려 이전에 다른 교회에서는 전도 자리를 놓고 다투는 경우도 있었다고 들었다. 교회가 너무 많다 보니 가까이 있는 교회가 공교회성을 갖기보다는 은연중에 서로 경쟁하는듯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비현실적인 목회자 사례] 목회자의 사례를 주지 못하는 곳은 비일비재하다. 왜냐하면 교회 자체의 존폐가 가장 위험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당장 교회를 그만두고 다른 사역에 집중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다른 대안이나 방법이 거의 없다. 이런 현실에 목회자들이 취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다른 일을 구하는 것이다. 나같이 새벽 배송을 하거나 도서관을 운영하거나 사회적 기업에 뛰어들거나 학원과 사진관, 그리고 대표적으로 카페를 운영하는 방식을 취한다. 때론 선교적 교회라는 그럴싸한 단어가 적용되기도 하지만 기존의 작은 교회들은 어느 정도의 재정 투입이 없이는 제대로(?)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의 대부분은 사모님이 직업을 가지고 가정 경제를 책임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안은 제안에서 실현으로

'강요된 청빈' 책의 내용이 주는 의미는 우리의 현실을 직시할 수 있게 해 주었다는 것이다. 부교역자 시절, 500여 명 이상의 소위 잘 사는 동네에 있었던 나로 이러한 현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간간히 노회의 선배 목사님들을 통해 전해 들은 이야기가 전부다. 그렇다 보니 개척교회 및 미자립교회의 상황을 피부로 절감할 수 없었다. 아니, 듣긴 들었지만 현실이 어떠한지를 거의 모르고 있었다. 그러나 개척 이후 이것은 다른 이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나의 문제가 되었다.

이 책을 읽는다면 직접적으로 목회자의 현장을 다 이해하거나 체감할 수는 없다 할지라도 간접적으로 목회자와 목회자 가정의 상황을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막연한 교회의 어려움을 듣는 것을 넘어서 구체적으로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게 될 것이다. 또한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개개인의 목회자 역량이나 기량에 의한 것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임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더 나아가 개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대안에 대한 방향을 알게 될 것이다. 그렇기에 이 책을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우리가 이제는 너무나 잘 알듯이 교회는 건물이 아니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 된 지체다. 즉 예수 그리스도를 주로 고백하는 이와 이들의 연합이 교회이다. 이것은 각 교회 안에서 형제, 자매로서 고백하며 교제하는 것을 넘어 한국 교회 전체가 공교회성을 가지고 나아가야 할 일이다. 가시적 교회로서 존재하는 이 땅의 모든 교회들이 함께 연합하고 돌아보며 서로가 서로의 아픔과 기쁨을 나눌 수 있어야 한다. 가장 우선적으로 자신이 서있는 그곳으로부터 어렵고 힘든 교회들과 연합하고 목회자를 돌아보는 일들이 시작되어야 한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유기적인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글 | 오산글로리아교회 김민수 목사(msooy@hanmail.net

의견 1

promise
promise 4 years 전
모든게 은혜이지요. 좋은서평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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